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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계륵’, 박지원과 단일화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다. 위왕 조조가 촉나라 유비를 치기 위해 한중(漢中) 지역으로 진격했다. 그러나 바로 공격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군사들을 진격시키자니 촉의 방어가 견고했고, 군사들을 거두어 돌아가자니 촉나라에게 웃음거리가 될 것 같았다. 조조는 쉽게 진격 여부를 결정할 수가 없었다. 하루는 식사 시간에 닭국이 들어와 조조는 국그릇에 있는 계륵(鷄肋, 닭갈비)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때 한 장수가 군막에 들어와 야간 군호를 물었다. 조조는 바로 “계륵으로 하라”고 말했고 모든 군관들에게 ‘계륵’이라는 군호가 전달됐다.

행군주부(行軍主簿) 양수(楊修)는 ‘계륵’이라는 군호를 듣고 수하 군사들에게 짐을 꾸려 철수를 준비하게 했다. 다른 장수들이 놀라 그 이유를 물었다. 양수가 대답했다.
“오늘 저녁의 군호 계륵을 듣고 왕께서 곧 군대를 물려 돌아가시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닭갈비는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먹을 게 없는 것으로, 한중 땅에 비유할 수 있어 왕께서 되돌아가려고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 진격하자니 이길 수가 없고 물러가자니 사람들이 비웃을 것이 두렵고, 그렇다고 여기 그대로 있어도 이익이 되는 것이 없습니다. 일찌감치 돌아가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양수의 해석대로 조조는 며칠 뒤 철수 명령을 내렸다. 이렇게 해서 계륵은 닭갈비라는 명칭을 넘어 ‘먹자니 먹을 것이 없고 버리자니 아깝다’는 뜻으로 전해진다.

정치 9단이라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계륵 신세가 될 처지에 놓였다.

박 대표가 먼저 “홍준표 찍으면 문재인 된다”고 TK지역을 향해 진격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바로 ‘홍 반장’의 반격이 돌아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안철수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 된다”고 맞받았다. 이어 박 대표를 향해  “국민의당에 여의도 요물 있다. 안철수 대통령 되면 대북정책은 박지원 대통령이 정한다”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홍 후보는 안철수 후보까지 겨냥해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고 양쪽에 다리 걸치고 앉아서 적당히 대통령 하려고 오락가락 하는 사람을 대통령 시킬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안철수에 박지원 이미지를 덧씌워 보수 표심의 이탈을 노리는 반격이었다. 오비이락이었을까? TK지역에서 안철수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내려오고 홍준표 후보의 지지가 올랐다.

TK의 맹주를 자처하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박지원 공격에 나섰다. TV토론에서 유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향해 "박지원 대표가 '안철수 대통령이 되면 저는 초대 평양대사를 맡게 될 것이고 유성엽 의원은 장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며 "안 후보가 이렇게 합의를 해준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박지원 상왕론'과 맥락을 같이하는 비난 공세였고 박지원을 끌어들여 안철수 후보의 안보 이중 정체성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이었다. 안 후보는 "어휴 유 후보님 실망입니다"라고 장탄식을 내뱉을 뿐이었다.

국민의당 내에서는 “보수에서는 박지원 대표 때문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안 찍겠다고 한다”며 볼멘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도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2선 후퇴 주장에 몰리고 있다. 이런 당내 분위기를 반영한 듯 박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 직을 내려놓는 것도 시기 선택만 남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철수 후보에게는 계륵이 하나 더 생겼다. 바른정당에서 내놓은 3당후보 단일화다. 문재인을 이기기 위해서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후보가 단일화하자는 것이다. 안 후보는 부인했지만 국민의당에서는 단일화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은 “우리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선거 승리를 위해 나가는 것이니까 '이건 된다, 안 된다' 그런 건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안철수 후보는 호남과 보수를 아우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양자택일이어야 하는 분위기도 무시하기 어렵다. 김대중의 대북정책을 강조하면 보수가 안보관을 의심하고 보수에 다가가면 호남은 정권연장으로 의심한다. 김대중의 햇볕정책에 대해 안 후보가 “공과 과가 있다”고 두루뭉술한 답변을 한 것도 그 고민의 증거다.

조조가 한중(漢中) 지역에 군사를 주둔시키고 머뭇거리는 형국이다. '닭국'을 앞에 둔 안철수, 그는 ‘계륵’이라는 야간 군호를 내릴 것인가?

선대원  gh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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