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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은 위험하고, 비싸며, 믿을 수 없다"그레고리 잭코 前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 워싱턴포스트 기고문

그레고리 잭코(Gregory Jaczko)는 2005년~2009년 미국의 원자력 시설의 안전을 책임지는 NRC(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근무한 뒤, 같은 해 위원장으로 임명되어 2012년까지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이 기고문에서 NRC 근무 시절 미국 원전 조사해보니 결함 나왔지만 핵산업계 로비로 유야무야됐다며 "원전을 금지하고 지구에 투표할 때"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레고리 잭코  前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의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이다.

 

"선택지는 원자력 산업이 아니라 지구"


저는 미국 원전 산업을 감독했었습니다. 이제 원전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의 위험이 원전 사고의 위험보다 크다”는 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원자력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원자력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태우는 것과 달리 공해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로서,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원자 입자(subatomic particles)를 연구한 물리학자로서, 원자력 산업을 뒷받침하는 과학과 기술 혁신을 동경해왔습니다. 원전 분야를 담당하는 민주당 보좌관으로서 일을 시작한 1999년까지, 인간 활동에 의한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이 원전의 위험성보다 크다고 믿었습니다. 13년 전 일어난 체르노빌 사건 이후 더 이상의 원전 사고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05년을 기점으로, 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4년간 핵 정책 업무를 맡으며, 원전 산업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목격했습니다. 특히 원자력규제위원회(Nuclear Regulatory Commission, NRC)에서 일하면서, 원자력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원자력은 위대한 과학적 업적인 동시에 강력한 '비즈니스'였습니다. 저는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명을 받아 NRC 의장이 되었습니다.

임기 2년 차, 일본에서 지진과 쓰나미로 4개의 원자로가 파괴되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미국 대중들에게 원자력이(특히 미국의 원전은) 안전하다고 안심시키기 위해 몇 달간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정말 원자력이 안전한가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원전사고 전에는, 석탄, 가스 등 화력발전소의 공해 유발 및 온실가스 배출을 방지한다는 원전의 순기능에 주목했기 때문에, 원전사고의 잠재적 위험을 받아들이기가 더 쉬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재생에너지의 원가 하락이 이러한 저의 계산을 바꾸게 했습니다. 10년 이상을 원전 산업에 몸담아왔지만, 이제 저는 원전이 주는 혜택이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위험에 처하게 할 만큼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위원회를 떠난 후 이러한 저의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이제 저는 원자력계를 떠나 대체 에너지 개발을 저의 새로운 커리어로 삼고 있습니다. 원자력의 현재 및 잠재 비용(사람의 생명과 자본)은 모두 너무 큽니다.

원자력은 하나의 큰 원자를 두 개 이상의 작은 원자로 나누는 '핵분열'을 통해 전력을 생산합니다. 이러한 원자력 엔진은 화석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생산되는 대기오염물질을 발생시키지 않습니다. 1950년대 원자력이 설계된 이후로 수십 년간, 원전은 수백만의 화석발전소가 세워지는 것을 막았고, 이는 공해로 인해 고통 받거나 죽는 사람들의 수를 줄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핵분열 원자로는 부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원전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사람들을 죽이고, 드넓은 땅을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로 만드는 재해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원자력은 또한 존재 자체로 위협이 되는 핵무기로 가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더욱 심화됨에 따라, 원자력은 환경주의자들에게 딜레마가 되어 왔습니다. ‘기후변화보다 원전사고 혹은 핵무기의 확산으로 인한 위험이 더 심각한가?’ 2000년대 후반까지는 원자력에 우호적인 의견이 의회와 학회, 심지어 환경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더 팽배했습니다. 체르노빌 사건은 잊혀져가는 반면 기후변화의 영향은 더욱 가시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원전 설계 관리와 비용관리 관련 문제로 수십 년간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없었지만, 또다시 약 30여개의 신규 원자로 설치 계획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모든 상황을 뒤집었습니다. 4개의 원자로에서 방출된 다량의 방사능은 몇 달간 지속되었습니다. 전 세계가 수소 폭발로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산산조각 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이 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이 원자로 노심(핵심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암시했습니다.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들의 집과 마을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아주 일부 지역만이 회복되었기 때문입니다. 회복된 지역의 주변은 '보다 안전한' 지역 옆에 놓인 거대한 위험 지역 체스판처럼 보였습니다. 일본 경제는 수년간 휘청이게 되었습니다. 정부는 이 사고로 적어도 1,800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 보았습니다. 혹자는 이 비용이 3배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산업 전반에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일본에서 발생한 일이 다른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가?’ 사고 발생 후 6개월간 저는 대중에게 미국 원전의 안전성을 장담하고 다녔습니다. 그 당시에는 제게 다르게 말할 충분한 정보나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저는 NRC의 안전 제도를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신속하게 필요한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NRC는 곧 비슷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합당한 개선 조치를 취했습니다. 화재·지진·홍수 등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참사를 야기할 수 있는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프로그램에서 취약점이 발견됐습니다.

그러나 원전사고 이후, 저의 동료 위원들과 의회 및 원전 관계자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원전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미국의 신규 원자로들이 계획대로 설치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를 포함한 신규 원전 관계자들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가 원자로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원전 산업계는 NRC가 모든 것이 괜찮고, 개선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발표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위원회의 동료들과 친원전 세력은 첫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별다른 지연 없이 허가시켜주도록 밀어붙였고, 안전을 위한 개선조치 진행을 방해했습니다. 동료들은 위원회 조사 결과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에 반대했습니다. 저는 밀어붙였지만, 로비는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원전 산업계는 NRC 보고서에 즉각적으로 반발했습니다. 위원회에 로비하고 의회에서 자기 세력을 모아 NRC의 조사 결과를 승인하지 않고, 물타기하거나 결정을 연기했습니다.

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NRC는 일반적인 안전 개선 몇 가지만 시행한 채 4개의 신규 원자로(조지아, 사우스 캐롤라이나 위치) 면허를 승인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거기엔 문제가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이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원전 안전에 대해 지금과는 다른 대처를 요구했습니다. 독일은 노후 원전 일부를 가동 중지했고, 나머지는 2022년까지 폐쇄하도록 했습니다. 일본은 대부분의 원전을 폐쇄했습니다. 작년에는 전력의 80% 가량을 원전에 의존하고 있는 프랑스조차 이 비중을 2035년까지 50%로 줄일 것을 제안했습니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기 미국에서는, 일명 '원자력 르네상스(nuclear renaissance)'의 선봉에 있는 그 4개의 신규 원자로가 아직 가동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원자로 2기를 세운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회사들은 90억 달러를 쓰고도 전력 생산을 하지 못한 채 2017년 이 프로젝트를 취소했습니다. 건설사 웨스팅하우스는 모회사(글로벌 대기업 토시바Toshiba)를 거의 무너뜨리는 수준으로 파산했습니다. 조지아에 위치한 나머지 2기는 수년째 공사 일정이 지연되며 여전히 건설 중에 있습니다. 건설비용은 140억 달러에서 280억 달러로 치솟았고,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역사는 원자력 관련 비용이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줍니다. 미국의 과거 원자력 건설을 살펴보면, 디자인, 엔지니어링, 공사 과정 전반에서 비슷한 비용 증가세를 보여 왔습니다. 기술과 안전에 대한 요구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원전은 단순하게 디자인하고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원자력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어떠한지와 상관없이, 단순히 2기의 발전소 설비를 하는 데 이렇게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에서 신규 원전은 더 이상 고려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2012년 NRC를 떠난 이후, 저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고 발생 시, 원전은 외부에 어떠한 해로운 방사성 물질도 방출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아직 반핵주의자는 아니었고, 그저 공공의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친원전계에서는 이러한 저의 주장을 "반핵주의"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알듯이, 그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운전되는 원전 대부분이 "외부 방출 금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죠. 저는 어떠한 에너지원이든지 이를 위한 합리적인 기준은 "해당 에너지원이 수십 년간 지역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석탄과 천연가스는 (물론 다른 종류의 위험을 갖고 있지만) 이와 같은 심각한 사고 위험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수력발전을 하는 대형 댐도 사고가 발생하면 주변 지역은 피난을 감수해야 하겠지만, 지속적인 방사능 오염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태양광, 풍력, 지열 에너지는 안전합니다.

수년간, 원자력 에너지의 비용과 안전에 대한 저의 우려는 기후변화에 대한 공포로 인해 무뎌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자력이 기후변화를 늦추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를 제공했습니다. 사고 이후 몇 달간, 일본 내 대부분의 원자로가 무기한 가동 중단되면서 탈탄소 전력 생산의 대부분(전체 전력 생산의 약 30%)이 사라졌습니다. 자연스럽게 탄소 배출량이 증가했고, 미래의 배출 감축 목표는 대폭 줄었습니다.

‘원전이 문을 닫는다면 전 세계적으로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날 것인가?’ 사고 8년 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전체 50기 중 10기도 안 되는 원자로만이 운전을 재개했지만, 일본의 탄소 배출량은 사고 이전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일본은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이고 태양광 설비를 확대했습니다. 이는 원자력에 의존하는 것이 기후 변화 대응에 있어 사실상 '잘못된' 전략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원전 사고 하나가 일본의 탄소 배출 관리를 망가뜨렸습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절약만이 국가가 다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미국은 어떻습니까. 원자력은 미국 전력 생산의 약 19%, 탈탄소 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량의 증가 없이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할 수 있을까요? 만약 이를 자유 시장경제에 완전히 맡긴다면, 답은 '가능하다'일 것입니다. 원자력은 오늘날의 거의 모든 다른 에너지원보다 비싸기 때문입니다. 태양광·풍력·수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지금 조지아에서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건설비용보다 더 많은 이익을 달성한 현존하는 원자력 발전소보다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전력을 생산합니다.

2016년 이러한 동향을 파악하고 저는 해안 풍력발전 설비 회사를 세웠습니다. 원자력을 동경하다가 이를 두려워하기까지의 저의 여정은 이제 완성되었습니다. 원자력 기술은 더 이상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성공적인 전략이 아닙니다. 경쟁력 있는 에너지원도 아닙니다. 원자력은 위험하고, 비싸며, 믿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원자력을 버리는 것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포기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이제 선택지는 지구를 구할 것인지, 쇠퇴해가는 원자력 산업을 구할 것인지 2가지입니다. 저는 지구를 선택하겠습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 미국 前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 기고문(5.17.)

선대원  gh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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